[정의]

경상북도 구미 지역에서 전승되고 있는 신화·전설·민담.

[개설]

구미 지역에는 신화·전설·민담 등 다양하고 재미있는 설화들이 전해오고 있는데, 그 중에는 구미 지역과 직접 관련된 설화도 있고 구미 지역과 특별한 관련성이 없는 설화도 있다. 구미 지역의 설화는 『선산군지』, 『구미사료집』, 『한국구비문학대계』, 『구미마을사』, 『구미시지』, 『고아마을사』 등에 수록되어 있어 대략적인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신화]

구미 지역에 전해오고 있는 신화는 주로 금오산과 관련되어 있다. 옛날에 천지개벽이 일어나 온 세상이 물에 잠겼을 때 산이 거미만큼 또는 까마귀 머리만큼 남았다고 해서 금오산이 되었고, 기와만큼 남았다고 가야산이 되었다고 한다.

[전설]

구미 지역에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전설들이 전해오고 있다. 신라 법흥왕이 예불 행차 시 신라 불교의 발상지인 도리사를 지나다가 비봉산에서 봉황새가 하계산으로 나는 것을 보고 두리두리[두루두루] 살폈다고 하여 지명을 왕두리(王頭里)라고 했다는 전설 등을 비롯하여 수많은 지명 전설이 마을마다 골골마다 전해지고 있다. 또한 임진왜란 때 허장군이라 부른 허신생(許申生)이라는 장사가 있었는데, 낙동강변에 왜구들이 새까맣게 밀려오는 것을 보고 참나무 한 그루를 뽑아 휘둘러서 물리쳤다고 하는 인물 전설이 전한다.

임진왜란 때 조선에 온 명나라 장군 이여송이 선산에 큰 인물이 많이 날 것을 두려워하여 지맥을 잘랐다는 단맥 전설이 전하고 있다. 또한 선산의 진산은 비봉산으로 봉황이 날아가려는 형세라 꽃이 피고 뭇 새가 춤을 추며 봉황을 즐겁게 한다는 뜻으로 화조리(花鳥里)라 하고, 남쪽 들판에 다섯 개의 봉황 알을 상징하는 오란산(五卵山)을 만들어 봉황이 날아가지 못하게 했다는 풍수 전설도 전하고 있다. 특히 도리사 등 사찰과 관련된 여러 가지 흥미로운 전설들이 전하고 있다.

[민담]

구미 지역에 전승되고 있는 민담들은 『한국구비문학대계』 등 여러 문헌에 수록되어 있는데 여기서는 재미있는 민담 몇 가지를 소개하기로 한다. 구미 지역에는 서울이 못 된 선산이라는 안타까운 이야기가 전하고 있다. 옛날 어떤 임금이 서울을 옮길 것을 계획하고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평안할 수 있는 왕도의 터를 찾기 위하여 금수강산 방방곡곡을 순행하다가 선산읍에 당도하였다. 산천을 둘러보니 왕도로서 적합한 곳이라서 산골을 일일이 세어보니 백 골짜기에서 하나가 모자라는 아흔아홉 골이라 왕도로서 첫째 조건이 미비하였다. 왕은 선산을 서울로 정하지 못한 애석함을 이기지 못하여 이틀을 머물다가 도읍터를 찾아 다른 곳으로 떠났다고 한다.

또 살인 누명을 벗은 어떤 농부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선산의 어떤 농부가 집에서 기르던 소가 병이 들어 장에 가서 반값으로 팔고 돌아오다가 담배를 피우며 쉬고 있었다. 그때 족제비가 잽싸게 소 판 돈이 들어 있는 담배쌈지를 물고 무덤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농부는 별도리가 없어 다시 길을 가다가 주머니에 남아 있던 오전(五錢)을 가지고 주막에 들어가 술 한 잔을 청해 마시려는 참이었는데, 이번에는 개가 달려들어 술잔을 엎어 깨고 말았다. 농부가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돌을 집어 밖으로 던지자 재수 없게도 밖에서 그릇을 닦고 있던 주모가 머리에 돌을 맞고 즉사하였다.

관에 끌려간 농부는 자신의 겪은 이야기를 하였고 관리들이 농부의 말을 듣고 족제비가 들어간 묘를 확인하니, 그 무덤은 바로 죽은 주모의 남편 묘였다. 주모가 남편 죽은 바로 다음날 부랴부랴 장사를 지낸 사실이 이상하여 무덤을 파 보니 돈이 든 담배쌈지가 그대로 있었다. 농부는 주모가 죽었을 때 유난히 자기를 심하게 때리던 동네 사람을 골라내어 관에 고하니, 그 사람이 주모와 밀통해 남편을 죽인 간부(姦夫)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원한을 갚기 위해 남편의 넋이 족제비로 변해 이 농부를 끌어들였던 것이고, 그 결과 농부는 자기 돈을 되찾아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