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2017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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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歲時風俗 |
영어의미역 | Seasonal Customs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경상남도 창원시 |
집필자 | 정정헌 |
[정의]
경상남도 창원시에서 한 해를 단위로 일정한 시기에 관습적·주기적·전승적·반복적·의례적으로 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 행위.
[개설]
세시 풍속은 세시(歲時)에 따라 나타나는 풍속(風俗)으로, 자연적인 특성이 인문·자연 환경의 배경과 함께 관습적으로 생성되어 전해 내려오는 생활양식의 일면을 잘 보여주는 문화의 한 요소이다. ‘세(歲)’는 한 해를, ‘시(時)’는 춘하추동 사계절을 의미한다.
인간은 한 평생을 살아가면서 두 가지 큰 방식에 따라 살아간다. 첫째는 출생에서 죽음까지의 통과 의례(通過儀禮)이며, 둘째는 일 년을 주기로 행하는 연중행사라 할 수 있는 세시 풍속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는 한반도가 사계(四季)가 분명한 지정학적 위치에 놓여 있기 때문에 농경의 생산력(生産曆)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해 왔다.
세시 풍속은 오랜 역사 과정을 통하여 형성된 부락 공동체의 향토적이고 토속적인 기층문화이기도 하다. 그래서 세시 풍속은 생활 관습의 동질성에 의한 산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이해는 궁극적으로 민중들의 의식사와 흐름을 같이 하는 것이며, 역사의 뒤편에서 이름 없이 살아온 우리 선조들의 삶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한다. 창원시의 경우 삶의 공간은 도심 권역, 산촌 권역, 해안 권역, 강과 들을 중심으로 하는 권역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각 권역마다 특징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설날의 세시 풍속]
창원시도 여느 전통 마을과 마찬가지로 설날에는 세배·세찬·세주·세뱃돈·덕담 등의 풍습이 있으며, 이날의 놀이로 윷놀이·널뛰기·연날리기 등을 한다. 이러한 설날 놀이는 대개 정월 대보름까지 한다.
창원시 의창구 북면 외감리 외감 마을에서는 설날 아침에 까마귀가 울 때 ‘아아’ 하고 울면 마을의 부녀자가 아이를 낳고, ‘까악 까악’ 하고 울면 마을에 초상이 난다고 여겨 까마귀 우는 소리가 들리면 침을 뱉는 청참을 한다. 또 집집마다 한 해 운수를 짐작하기 위해 토정비결을 보거나, 복조리를 걸어 두는 풍습도 있었다. 의창구 동읍 죽동리의 경우 새해 첫 새벽에 계란을 식구 수대로 삶아서 먹는데[계란삶아먹기] 그래야 그해를 잘 넘긴다고 한다. 또 정월 초하루에는 재를 치우면 집안의 재물이 밖으로 빠져 나간다고 여겨 재를 치우지 않는다. 의창구 대산면 가술리 북가술 마을에서는 섣달그믐에 계란 3개를 오줌 물에 담가 두었다가 삶아서 새해 첫날 아침에 식구들이 나누어 먹는데 이렇게 하면 계란이 구르듯이 일도 잘 굴러가고 잡병(雜病)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
[정월과 정월 대보름의 세시 풍속]
정월에 주로 장을 담글 때는 소날이나 말날 등과 같은 유모일(有毛日)을 정해 장을 담그는데 네 발 달린 동물 날이나 삼월 삼짇날에 담그는 집도 있다. 또 정월 초하루나 이튿날 혹은 초사흗날에는 용왕멕이기를 한다. 용왕멕이기는 깨끗한 물이 있는 곳에서 하는데, 새벽녘 사람이 안 보일 때 집마다 정해둔 곳에서 한다. 제물은 쌀, 소금, 과일, 소지 종이 등으로 한다. 촛불을 먼저 켜고 동서남북 사방으로 소금을 뿌려 부정을 치고 쌀을 씻어서 올린 다음, 짚자리에 그릇째로 음식을 놓고 비손을 한다. 이때, “사해 용왕님네 해 돋아 일월님네 달 돋아 월광님네 백월산 부처님네 다 하나 같이 동참해서 안과태평하고 수명장수하게 해주소.”라고 빈다.
정월 대보름에는 예전부터 귀밝이술, 부름 깨물기, 복쌈, 더위팔기, 동제, 줄다리기 풍습 등을 해왔다. 보름날 소밥주기도 일반화된 정월 풍습이다. 정월 대보름 밥을 먹은 후 소에게 나물과 밥을 가져다주는데, 키에 올려다 주기도 하지만 솥뚜껑이나 빨래 도마 위에 올려서 주기도 한다. 밥을 먼저 먹으면 시절이 좋고, 나물을 먼저 먹으면 시절이 좋지 않다고 한다.
또 노래기 밥주기 풍습도 빠뜨릴 수 없는 전통 풍습이다. 여름철 지붕의 노래기를 없애는 방법으로, “노내각시 시집 간다 노내각시 시집간다.” 하고 주문을 외우거나 솔잎을 지붕 위로 던지기도 하며, ‘노내각시 영구천리’, 혹은 ‘노내각시 속거천리’라고 가로로 길게 써서 추녀 끝에 붙이기도 한다. 지역에 따라서는 보름날 아침에 남자가 윗저고리를 벗은 채 집 안팎에 소금을 뿌리기도 한다.
주로 산간 지방에서는 정월 보름날 새벽 일찍 마당에 짚불을 세 군데 놓은 후 불을 넘는 ‘미나리심’을 했다. 이를 ‘미나리심 안 한다’고도 한다. 창원시에서는 독감을 ‘도둑놈’이라고 경멸의 의미로 부르는데, 병이 얕은 것을 ‘도둑놈’이라고 하지만 심해지면 ‘미나리심’이 된다고 한다. 병이 들어 아픈 사람에게 키를 씌우고 꼬챙이로 때리면서, “남의 집 며느리 낮으로 잠자고 밤으로 일한다.” 하면서 골목골목 누비면서 마을을 한 바퀴 돈 다음 환자를 때린 작대기를 옻나무 밑에 버리면 병이 떨어진다고 한다. 또 보름에 불을 세 군데 놓고 그 불을 세 번 넘으면 뜨거운 불의 열기 때문에 도둑놈이 붙지 않는다는 속신이 전한다.
지역에 따라서는 대보름에 널뛰는 풍습도 있다. 여자들이 정월 대보름날 보름 밥을 먹고 나서 널뛰기를 하는데, 이렇게 하면 그해 논밭이나 산에 가서도 가시에 찔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보름날 물고기를 먹는 풍습도 있다. 보름날 아침에 반드시 생선을 먹는데 전래되어 오는 생선은 청어였으나 귀하면 다른 생선을 먹어도 무난하다. 그러나 생선을 절대 잘라서는 안 된다. 물고기를 먹어야 그해 비리가 오르지 않는다고 한다.
새삼[잡초의 일종] 없애기 풍습도 많이 행해졌다. 대보름날 아침 일찍 부녀자가 콩을 볶아 그릇에 담아 밭에 가서 “콩 볶자 새삼 볶자 콩 볶자 새삼 볶자 콩 볶자 새삼 볶자.”를 세 번 외우는데 그러면 새삼이 잘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2월과 3월의 세시 풍속]
대보름을 지나 2월에는 집집마다 바람 밥을 올리는 풍습이 있었다. 풍신인 영등 할매를 맞는 풍습이다. 의창구 북면 마산리에서는 ‘바람 할매’가 2월 초하루에 내려와서 2월 스무날에 올라간다고 한다. 이 날 바람이 불면 딸을, 비가 오면 며느리를 데리고 내려온다고 한다. 비가 오면 시어머니가 용심이 많아 며느리 옷에 얼룩을 묻힌다고 여겼다. 장독대에 깨끗한 물과 바람 밥을 차리고 장독대 주위의 조그만 나뭇가지에 오색가지 헝겊을 단다. 달아 놓은 헝겊을 떼서 여자 아이들이 골무로 만든다. 이것을 ‘골미선 댄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처녀가 바느질을 잘 한다고 믿었다. 의창구 동읍 봉곡리에서는 이 날 밥을 ‘바람 밥’이라고 하는데, 밥과 반찬을 짚으로 싸서 까치가 잘 앉는 나무 위나 담장 위에 올린다. 이를 ‘까치밥’이라고도 부른다.
삼월 삼짇날에는 ‘제비 맞이 상차림’이라는 독특한 풍습이 있다. 창원시 성산구 삼귀동[2007년 이후 웅남동으로 편입]에서는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삼월 삼짇날 아침 일찍 마당에 ‘제비상’을 차리는데 물과 밥, 술, 나물과 떡을 해서 한 상을 차려 제비를 맞이한다.
예전에는 답청 놀이가 행해졌다고 하나 이에 대한 자료를 찾기는 쉽지 않다. 또 동지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인 한식날의 풍습도 고증하기가 쉽지 않다.
[4월과 5월의 세시 풍속]
4월 초파일 풍습은 예로부터 전래된 풍습이다. 이 날 삼사(三寺)를 순례하면 재수가 있다고 하여 세 곳의 절을 찾아 참배하기도 하고, 연등을 달아 가족들의 행복을 기원하기도 한다.
단오절은 예로부터 4대 명절 중 하나이다. 이날 쟁피물[창포물의 지역 명칭으로 쟁치라고도 함]에 머리를 감는 풍습은 잘 알려져 있다. 쟁치와 삼(麻), 질겅이[빽보쟁이], 궁기[나물 종류], 어린 모, 버들잎 등 6~7가지를 함께 삶아 우려 낸 물에 머리를 감는다. 이렇게 하면 머리카락이 잘 길고 머리숱도 많이 나며, 머릿결이 가지런해진다고 한다. 또 쟁피 꽃을 머리에 꽂고 다니기도 한다. 이외에도 마산합포구 자산동의 놀이터나 추산 공원의 사정(射亭), 마산합포구 상남동 숲에서 그네뛰기를 하기도 했다.
[6월과 7월의 세시 풍속]
창원시에서는 농촌 지역의 경우 유두쯤에 용신제를 지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꼬 밑에 무나 배추 시래기를 삶아서 물이 많이 내려가는 곳 돌 밑에 넣는다. 여름에 나락이 시퍼렇게 크면 쥐나 뱀이 논두렁에 구멍을 내기 때문에 백 시루떡을 해서 뿌리기도 한다. 상(床)에는 떡과 밥과 술등을 간소하게 차린다.
또 유두날에는 사당제를 지내기도 하며, 유두 잔치라 하여 음식들을 준비하여 맑은 시내 등을 찾아 하루를 즐기다가 오기도 한다. 그러면 제액에서 벗어난다고 믿었다.
백중 날에는 꼼배기 술 마시는 풍습이 있다. 망수를 놓고 난 후 꼼배기 술을 마시는데 징과 장구를 치고 놀며 농사를 많이 지은 집에서 음식을 마련하는 것이 상례다. 이 날은 머슴들 회식 날이다. 큰 머슴이 있는 집은 각종 음식과 술을 냈지만, 작은 머슴이 있는 집은 주로 밀을 볶아 낸다. 또 들돌 들기 시합을 하기도 한다. 이 날 머슴들은 주로 농악을 즐기는데, 마을의 큰 머슴은 소뿔에 오색 헝겊을 두르고 마을을 한 바퀴 돌기도 한다. 백중 날에는 머슴에게 깨끗한 삼베옷을 마련해 준다. 백중 날 일부러 쌀밥을 해서 먹는 풍습도 있다. 마산회원구와 마산합포구 근교에서는 반룡산 동부 계곡에 자리 잡고 있는 어북골[현재 제1수원지]에 모여 농악과 주식으로 하루해를 유쾌하게 보낸다. 이 날을 그해의 오곡백과가 풍성하였다는 의미로 ‘백종’이라고 하는데, 일설에는 농민들이 한여름 내내 논바닥의 진흙만 밟으며 일하다가 이날부터 진흙 발을 깨끗하게 씻고 나서 발뒤꿈치가 희졌다고 해서 ‘백종(白踵)날’이라 전하기도 한다.
[8월에서 10월까지의 세시 풍속]
8월 한가위의 풍습은 여느 지역과 별 차이가 없다. 추석 전후 창원시의 민속놀이로는 씨름, 소싸움, 농악 놀이 등이 있었는데 그 중 ‘마산 소싸움’이 유명했다. 의창구 대산면에서도 소싸움 대회가 인기가 있었다. 이 놀이는 1914년 이후부터 시대적 변화에 따라 끊어졌다가 해방 후부터 1960년대 까지만 해도 부정기적으로 투우 대회라는 이름으로 행해졌으나 1990년대 이후에는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9월경에 행하는 ‘제미 올리기’도 중요한 세시 풍속 중 하나이다. 논의 벼를 한 짐 베어서 훑어 디딜방아에 찧고 밥을 지어 성주와 조왕에 먼저 올리고 온 마을 어른들과 나누어 먹는데 이를 ‘제미한다.’고 한다. 제미한 이후에 본격적으로 벼를 수확하는 것이다. 성주 봇장 치기[성주 오장 치기]도 빠뜨릴 수 없는 농촌 지역의 풍습이다. 가을걷이가 끝난 10월이면 짚으로 엮은 작은 가마니에 그해 추수한 나락을 한 말 정도 담아 대들보 위에 올려놓았다. 이것을 ‘성주 봇장 친다.’ 혹은 ‘성주 오장 친다.’고 하는 것이다.
추석이 지난 후에는 해추 하는 풍습도 있다.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고갯마루 같은 산에서 여성들이 모여 온종일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노는데 이를 ‘해치’ 또는 ‘해추’라고 한다. 해추는 천주산, 구룡산, 백월산, 태봉산 등에서 하는데 이렇게 해추하는 산을 ‘해추산’, ‘해치산’, ‘해초산’으로 부른다. 해추는 봄과 가을 두 철에 걸쳐 한다.
[동짓달에서 그믐까지의 세시 풍속]
동짓날 팥죽을 쑤어 먹는 풍습은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이다. 팥물을 시간에 맞춰 집안 곳곳에 뿌리면 잡신이 없어진다고 한다. 그런 다음 성주와 장독에 한 대야씩 두고 나락두지 앞에도 둔다. 특히 성주한테는 팥죽과 술, 수저를 함께 올린다. 음력 11월 10일이 채 못 되어 드는 동지인 애기동지에는 팥죽을 해먹지 않고 팥떡이나 팥밥을 해 먹는데 특히 집안에 어린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더욱 철저히 지킨다. 성주와 고방에도 상을 차리는데, 특히 고방의 가마니 위에 죽을 한 대야 담아 놓는다. ‘숟가락을 많이 놓으면 부자가 되고 나락이 황금덩이같이 된다.’고 하여 가능한 숟가락을 많이 놓도록 한다.
섣달의 풍속 중에 예전에는 납일에 참새를 잡아먹기도 했다. 창원시 의창구 동읍 선산리 석산 마을에서는 초가지붕에 구멍을 후벼 잠자는 참새를 잡아서 구워 먹곤 했다. 이것을 ‘납일 참새 잡아먹기’라고 한다. 이때의 참새고기는 쇠고기보다 영양가가 높다고 한다. 의창구 동읍 다호리에서는 “동지 아래 참새 세 마리를 먹으면 황소 한 마리와 같다.”는 말이 있을 만큼 맛도 좋고 영양가가 높다고 생각했다. 참새를 잡는 방법은 밤에 불을 밝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지붕 끝에 있는 참새 집에 손을 넣어 잡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