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13022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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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歲時風俗 |
영어의미역 | Seasonal Customs |
이칭/별칭 | 세시(歲時),세사(歲事),월령(月令),시령(時令)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전라남도 여수시 |
집필자 | 김준옥 |
[정의]
전라남도 여수 지역에서 행해지는 주기적·관습적·의례적으로 전승되어 온 전통적이고 특별한 생활 행위.
[개설]
원시 농경사회로부터 인간은 주기적·관습적·의례적으로 일정한 때에 특별한 생활 행위를 계속해 왔다. 즉, 세시풍속은 일 년을 주기로 하여 계절의 변화 시점, 생업활동의 변화 시점, 기념일 등에 행해지는 풍속을 가리킨다. 이를 세시(歲時)·세사(歲事)·월령(月令)·시령(時令) 등으로도 부른다.
우리나라의 세시풍속은 거의 농업의 개시·파종·제초·수확·저장 등 농업 활동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특히, 바다와 인접한 여수 지역에서는 바다 날씨 및 물때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아직 농업 및 어업 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시대에는 풍토나 기후의 제약이 많은 탓으로,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뜻에서 자연신앙·조상숭배 등 종교적인 주술 행위와 각종 놀이나 관습 등이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되어 집단적인 행사로 굳어졌다.
[역법과 세시풍속]
우리나라의 세시는 농사의 기준이 되는 태양력과 물때에 따른 태음력에서 생겨났다. 태양력이 기준이 되는 24절기는 자연의 변화에 농사일을 맞추는 데에 이용되었고, 각종 풍속은 태음력에 따라 생겨난 것이다.
여수 지역에서의 세시풍속 양태는 어업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 물때를 보면, 한 달에 15일을 기준으로 두 번의 조금과 두 번의 한물이 있다. 조금이란 물이 나지도 들지도 않는 때를 말한다. 초여드레 한조금과 스무사흘 한조금이 있다. 조금 뒷날은 한물이다. 곧, 초아흐레와 스무나흘이 한물이 된다. 한물 다음에는 두물, 서물, 너물로 나간다. 보름과 그믐이 일곱물이 되는 것이다.
여수 지역에서는 한물을 한무새, 두물을 두무새로 부른다. 너물에서 여섯물까지를 ‘산물’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물이 점점 살아날 때라는 말이다. 또 일곱물에서 아홉물까지 조류가 가장 빠를 때를 ‘한시(사리)’라고 한다. 특히 정월 그믐시는 영등시라 하고, 2월 보름시는 용시라고 한다. 영등시란 2월 초하루부터 영등이 시작됨을 말하고, 2월 보름은 물이 가장 많이 나기 때문에 용머리가 드러날 정도라고 해서 용시라고 부른다.
조금때는 ‘저무시’라고 하는데, 이것은 물이 죽을 때라는 말이다. 열다섯물이 조금이긴 하지만 열너물도 조금으로 친다. 여수 지역의 세시풍속에 나타난 현상은 육지와는 조금 다르게 바다와 관련된 제의, 주술, 금기 등이 세시풍속에 혼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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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때의 명칭과 주기
[정·이월의 풍속]
1. 설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은 오래 전부터 한 해의 출발점인 정월 초하루를 지칭하는 말로 쓰여 왔으며, ‘새롭게 출발한다’, ‘근신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해가 시작되는 첫날은 모두 언행을 삼가고, 새해를 맞는 마음의 자세를 새롭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날은 남녀노소·빈부귀천의 구분 없이 일손을 놓고, 새 옷으로 갈아입은 후 조상에 차례를 드리고 성묘하며, 어른들에게 세배를 한다.
여수 지역에서 차례를 지내는 날은 육지와 해안 지역이 달랐다. 육지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설날 아침에 지내지만, 해안과 섬 지역에서는 그믐날 저녁에 지내는 경우가 더 많았다. 오히려 제석차례로 설을 삼은 것이다. 차례는 주로 세대주별로 집안 대청이나 큰방에서 모신다. 이 날은 조상신뿐만 아니라 다른 가신에게도 세찬이나 간단한 소찬을 갖추어 차례를 지내며, 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배 선상에서 따로 상을 장만하여 무탈과 번창을 빌었다.
설날 절식 떡국은 굴을 넣고 끓여 차례 상에 메 대신 올리지만, 삼산면 손죽리에서는 반대로 제상에 메를 올리고 떡국은 가족들만 먹는 풍습이 있다. 차례를 지내고 음복을 하고 나서는 원근의 자손들이 장손의 집에 모여 함께 조상의 산소를 찾아가 성묘를 하는 것은 여느 지방과 다르지 않다. 성묘 후에는 집안 어른이나 이웃의 웃어른을 찾아가 세배를 한다.
그러나 삼산면에서는 섣달 그믐날 초저녁에 차례를 지내고 소위 묵은세배를 다녔다. 그믐날 차례를 지냈다 하더라도 새해 아침에 차례를 지내는 경우도 있었다. 초도리에서는 세배를 초하룻날에는 남자들이, 그 다음날은 여자들이 다녔다. 세배 때 역시 덕담과 복돈이 오고간다.
한편, 여수 지역에서는 설날 당제를 지내는 마을이 많았다. 돌산읍 군내리 군내마을·남외마을·동내마을과 율림리에서, 율촌면에서는 여동리에서, 남면에서는 유송리 송고마을·두라리 대두마을·횡간리 횡간마을·화태리 화태마을과 월전마을에서, 화정면에서는 적금리에서, 삼산면에서는 서도리 서도마을과 유촌마을·동도리 죽촌마을에서 설날 밤 자시(子時)에 당제를 올렸다.
2. 대보름
음력 1월 15일 대보름은 설날·추석날과 함께 우리 겨레가 즐겨온 큰 명절로, 상원(上元)·상원절(上元節)·원소(元宵)·원소절(元宵節)·원야(元夜)·원석(元夕)·대망월(大望月)이라고도 한다. 이날 각 가정에서는 절식을 장만하여 조상신과 가택신(家宅神)에게 제를 올렸다.
여수 지역에서는 김을 먹어야 곡식이 잘 되고 고기도 잘 잡힌다 하여 김으로 만든 복쌈을 즐겼고,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하여 여러 가지 나물도 먹었다. 우리나라의 많은 세시풍속이 대보름에 집중되어 있는데, 여수 지역에서의 풍속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당제 : 당제는 설날을 피해 정월 보름에 지내는 마을이 많았다. 돌산읍에서는 서덕리와 우두리 상동마을에서, 율촌면의 고산마을·봉두마을, 송도마을, 장도마을·조화리 득실마을에서, 소라면에서는 하관마을·사곡리 복촌마을에서, 남면에서는 연도리 연도마을과 역포마을·심장리 장지마을·안도리 안도마을에서, 화정면에서는 조발리 둔병마을과 조발마을·상화리 상화마을·하화리 하화마을에서, 화양면에서는 원포마을·낭도리 여산마을에서 각각 보름날 당제를 지냈다. 다만, 지내는 시간은 마을마다 약간씩 달랐다.
특히 여수시 삼산면 손죽리에서는 임자 없는 혼령을 한자리에 불러 모시고 위로하여 주는 헌식굿을 했다. 보름 하루 전까지 각 가정으로부터 잡곡을 추렴하여 그 곡식으로 음식을 장만하고 넓적한 풀잎에 음식을 여러 개로 나누어 담아 헌식터에 진설한다. 제사를 올린 다음 이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이를 먹으면 그해에는 병이 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픈 병도 낫는다는 속설로 인해 마을 사람들은 굿이 끝나기 무섭게 달려들어 서로 많이 차지하려고 즐거운 쟁탈전을 벌이기도 한다.
2) 불놀이 : 보름의 풍속 중 가장 성했던 놀이는 불놀이다. 여수 지역에서는 주로 달집태우기, 불싸움, 불넘기, 논밭 두렁 태우기 등을 했다.
3) 줄다리기 : 여수 지역에서 보름날 줄다리기는 매우 성했다. 특히, 돌산읍 서덕리 서기마을과 화양면 서촌리 등에서 하는 줄다리기는 그해 마을의 안녕과 풍농을 기원하는 제의가지 곁들여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4) 복조리 : 보름날 새벽에 많은 사람들이 복조리를 사서 방문 위나 방 모퉁이에 걸어 둔다. 복을 긁어 담는다는 의미에서 기인된 풍속으로, 여기에 동전을 넣어 두기도 한다. 그믐날 자정 이후에 복조리를 사서 거는 곳도 있다.
5) 귀밝이술 : 보름날 아침에 데우지 않은 찬 술을 마시면 정신이 나고 귀가 밝아지며 한 해 동안 기쁜 소식을 듣게 된다고 한다.
6) 부럼 : 보름날 밤에 호두·날밤·잣·은행 등을 소리 나게 깨물어 부수면 일 년 내내 종기나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7) 달점치기 : 보름날 달의 모습을 보고 점을 친다. 여수시 돌산읍 군내리 동내마을에서는 정월 보름날 뒷산 망월대에 올라 달이 떠오르는 모습을 보고 그 해의 길흉을 점쳤다. 천황산과 두산 사이를 중심으로 북쪽으로 기울어 뜨면 흉년이 들고 남쪽으로 기울어 뜨면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달빛이 희면 강수량이 많고, 붉으면 가뭄이 심할 징조요, 진하면 풍년, 흐리면 흉년이 든다고 한다.
8) 더위팔기 : 보름날 아침 해가 뜨기 전에 만나는 사람의 이름을 불러 대답하면 “내도우(내 더위)”라고 소리친다. 그러면 더위를 파는 것이 되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한다. 상대방이 이를 알아차리고 대답 대신에 더위를 사지 않겠다는 뜻으로 “내 더위 네 더위 맞더위”라고 하면 비겨서 서로 무사하게 된다고 한다.
9) 나무시집보내기 : 벌어진 과일나무의 가지 사이에 돌을 끼워 넣음으로써 많은 수확을 거둘 수 있다. 여수 지역에서는 주로 농가에서 정월 보름에 나무시집보내기를 했다.
10) 제웅 : 짚으로 허수아비 모양을 만들어 그 속에 직성(直星)이 든 사람의 생년월일을 적어 넣고, 동전이나 쌀을 함께 넣어 도랑이나 개천에 버리거나 바다에 띄워 보내기도 했다.
11) 샘물대기 : 샘물이 잘 나오지 않을 경우에 남의 집 샘물을 몰래 길어다 부으면 그해 샘물이 마르지 않고 잘 나온다고 하여 부녀자들이 주로 14일 밤에 한다. 마을 단위로 하기도 하는데, 남의 동네에 들어가서 우물물을 길어 오면 그 동네의 정기를 빼오는 것으로 안다.
12) 기타 : 이밖에도 정월 열 나흗날 오곡밥을 해서 숟갈로 나이대로 떠서 바다에 버리는 것으로 액막음을 하기도 하며, 보름날 아침이면 다섯 집의 밥을 얻어 와서 절구에 앉아 먹는 풍속도 있다.
3. 입춘(立春)
입춘은 천세력(天歲曆)에 정해져 있으며 대개 양력 2월 4일경이지만, 음력으로는 정월의 절기로, 동양에서는 이 날부터 봄으로 쳤다. 명절로 관념하지는 않았으나 이날 행해지는 몇 개의 풍속이 있다. 여수 지역에서도 입춘에 대문이나 기둥 등에 입춘축(立春祝)을 써서 붙였다. 또 보리 뿌리로 그해의 풍흉을 점쳤고, 바람이나 눈보라로 그 해 풍흉을 미리 짐작하는 예도 있었다.
4. 2월
1) 하드랫날 : 음력 2월 1일을 하드랫날이라고 한다. 옛날에는 이날도 절일(節日)로 쳐서 차례를 지냈다고 하나, 지금은 몇 가지 민속 현상만이 남아 있다. 우황신의 침범을 막기 위하여 붉은 천으로 소뿔을 감아 둔다.
이날 먹는 음식으로는 칡과 콩이다. 칡을 먹으면 무병하다 하며, 콩을 볶아 먹으면 노래기나 좀 등 벌레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한다. 또 새나 쥐가 곡식을 축내는 일이 없어진다고 한다.
2) 2월 함네(영등, 2월 함쎄) : 영등은 바람을 관장하는 풍신인데, 영등할머니가 음력 2월 초하룻날 내려 왔다가 2월 15일에서 20일 사이에 다시 올라간다고 한다. 영등할머니가 두 딸을 데리고 내려오면 일기도 온화하고 걱정되는 일이 없지만, 며느리를 데려 오면 일기도 불순하고 일대 풍파가 일어난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며느리와 함께 오면 풍년이 들고 딸과 함께 오면 흉년이 든다는 일설도 있다.
그래서 여수시 삼산면에서는 바람의 피해를 막기 위해 바람 올린다고 하여 영등할머니와 그 며느리에게 제를 올린다. 부엌이나 장독대에 황토를 쌓고 거기에 5색 헝겊을 단 대나무를 세우고, 그 위에 물그릇을 올려놓는다. 정성에 따라 매일 새벽 정화수를 떠 놓고 비는 집도 있고 날을 걸러 하는 집도 있다. 그러나 2월 함쎄가 처음 내려오는 초하루와 올라간다는 스무날은 떡을 해 놓고 정중하게 모신다. 그해 바람이 순조로워야 바다일이 잘 되기 때문에 극진히 지낸다. 초도에서는 장롱 문을 열어 놓는다.
3) 솔떡 : 여수 지역에서는 보름 전날 세웠던 낟가릿대(유지지)에서 벼이삭을 내려다가 떡을 만드는데, 떡 사이에 솔잎을 넣어 만들기 때문에 솔떡이라 한다. 솔떡은 머슴들에게 나이만큼 먹인다.
[춘절(春節, 3-5월)의 풍속]
1. 삼짇날과 화전놀이
음력 3월 3일을 삼짇날 혹은 상사일(上巳日) 또는 중삼일(重三日)이라고 한다. 이 날은 제액(除厄)의 의미로 동천에 나가 제비맞이, 화전 즐기기 등으로 하루를 즐긴다. 처음으로 보는 제비에게 절 세 자리를 하고 왼손으로 옷고름을 줄였다가 다시 여미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한다. 노랑나비나 호랑나비를 그해 처음 보면 만사가 태평하지만, 흰 나비를 먼저 보게 되면 상복을 입거나 나쁜 일이 생긴다고 한다.
특히 여수시 신월동, 돌산읍 서덕리 승월마을, 삼산면 손죽리에서는 주로 부녀자들이 마을 뒷산 지지미고개에서 화전(花煎)을 만들어 먹으면서 춤도 추고 잔치를 했다. 남자들은 풍물로 춤판을 벌이고, 여성들은 지지미고개에서 화전놀이를 한다. 이날 여수시 화양면 안포리 안정마을, 남면 두라리 나발마을, 화정면 제도리 제도마을, 개도리 여석마을에서는 당제를 지냈다.
2. 청명(淸明)·한식(寒食)·곡우(穀雨)
청명은 양력 4월 5일경으로, 한식 전날이나 바로 한식날이 된다. 농가에서는 청명에 즈음하여 비로소 봄일을 시작하므로 이 날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였다. 한식은 동지 후 백오일째 되는 날로 청명절과 같은 날 들기도 한다. 여수에서도 4대 명절의 하나로 인식하여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다니는 습속이 있었다. 곡우는 물과 관련된 풍습이 있다. 농가에서는 못자리를 만들며, 물을 맞고 약수를 먹는다.
3. 초파일
원래 불탄일은 양력 5월 15일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음력 4월 초파일로 관념한다. 이날 여수에서는 흥국사, 석천사, 한산사 등을 찾아가서 재를 올리고 연등하는 풍속이 있었다.
4. 단오(端午)
단오는 우리나라 4대 명절의 하나로 꼽아 왔다. 여자들은 창포(菖蒲) 물로 머리 감고 세수를 하며, 창포 삶은 물을 먹는다. 창포 뿌리를 깎아 수복(壽福) 두 글자를 새긴 비녀를 꽂으며, 창포 이슬을 받아 화장도 한다.
여수 단오굿은 특히 유명하다. 3월 20일에 주신(酒神)을 맞는 것을 비롯하여 4월 1일과 8일에 헌주(獻酒) 무악(巫樂)이 있고, 4월 15일에 무선산에서 산신제와 국사성황제(國師城隍祭)를 나뭇가지에 강신(降神)시켜 여수시 종화동 성황당에 갖다 놓았다가 27일에 무제(巫祭)를 지낸 풍습이 있었다. 단오날 오후 1시경부터는 ‘해진놀이’라 하여 농악놀이를 비롯하여 그네뛰기, 씨름 등으로 하루를 즐겼다. 여수시 소라면 덕양리에서는 단오날에 당산제를 지냈다.
[하절(夏節, 6월-7월)의 풍속]
1. 유두(流頭)
음력 6월 15일이다. 이 날이 되면 여수시 소라면 현천리에서는 떡과 수박, 오이, 참외 등 새로 나온 과일로 간단하게 당산제를 지냈다. 만약 유두날에 들에서 일을 하게 되면 그 고랑의 농사를 망치게 된다고 하여 하루를 쉰다.
2. 복다림[三伏]
삼복은 여름철 가장 더운 초복, 중복, 말복을 함께 이른 말이다. 여수에서도 복날에는 ‘복달임’이라 하여 닭이나 개를 잡아 그 고기로 국을 끓여 먹는다.
3. 칠석(七夕)·백중(百中)
견우와 직녀의 애틋한 전설에서 유래된 칠석날에는 올벼를 사당에 천신한다. 또한 간단히 떡과 나물을 준비하거나 혹은 정화수만으로 장독대나 우물가에 단을 만들고 집안이 잘 되기를 빌며 고사를 지낸다. 여수에서는 칠석에 당제를 지내는 마을이 있다. 소라면 사곡리 복촌마을, 덕양리 흑산마을, 봉두리 당촌마을, 대포리 장전마을 등이다. 화양면 창무리 백초마을에서는 이날 진세놀이를 했다.
7월 보름은 백중이다. 백종일(百種日)·백중절(百中節)·망혼일(亡魂日)·중원(中元)이라고도 한다. 고래로 정월 대보름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예축 행사가 벌어지고, 농가에서는 여름 농한기에 들어 하루를 쉬며 논다. 여수시에서는 소라면 덕양리 흑산마을과 봉두리 당촌마을에서 당산제를 지냈다. 마을별로 진세놀이를 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사돈지간에 반보기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사찰에서는 과일과 나물 백 가지를 갖추어 부처님께 재를 올리며, 불자들은 방생에 참여한다.
[추동절(秋冬節, 9월-12월)의 풍속]
1. 추석(秋夕)
팔월 보름 추석, 한가위, 중추(仲秋) 등으로 부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명절의 하나다. 일반적으로 추석이 되기 전에 조상의 산소를 찾아가 우거진 잡초를 베어서 깨끗하게 벌초를 하고, 추석날에는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는 풍습은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런데 여수시 삼산면에서는 설 때와 마찬가지로 추석 전날 차례를 지낸다. 이때는 신곡을 거두어 이로써 조상께 천신(薦新)하고, 여러 가신에게도 신곡헌례(新穀獻禮)한다. ‘올벼심니’도 이즈음에 하는 추수 감사의 풍습이었다. 차례는 새로 난 쌀로 송편을 빚고, 온갖 과일을 장만하여 조상께 올리는데, 어느 명절보다도 풍성하게 장만하여 지낸다.
저녁에는 친척과 이웃끼리 음식을 나누어 먹고, 달구경을 하거나 소메기놀이를 하면서 지낸다. 여수시 소라면 관기리에서는 마을 뒤에 자리 잡은 연등산 때문에 마을이 번창했다고 믿어 이날 화수회 중심의 당제를 올렸다. 소라면 복산리 3구 마을에서도 최고령자를 제관으로 뽑아 추석에 당제를 지냈다. 여수시 율촌면 봉두마을에서도 당제를 지냈다.
2. 중구절
음력 9월 9일은 9가 겹쳤으니 중구일(重九日) 또는 9가 양(陽)의 수(數)이므로 중양(重陽)이라고도 한다. 여수에서는 명절 의식이 희박했으나, 삼산면에서는 문중의 시제로 아직 들어가지 않은 오래된 제사나 돌아가신 날짜를 알 수 없는 조상의 제사를 이날 지냈다.
3. 상달
10월을 상달이라고 하며, 15일을 하원(下元)이라 한다. 여수에서도 이달에 오일(午日)로 날을 받아 성주제나 시제를 지내고 김장담그기 등을 했다.
4. 동지(冬至)
양력 12월 22일경으로 음력으로는 11월이 ‘동짓달’이다. 동지는 작은설[亞歲]이라고 하며, 고대 역법에서는 설날로 간주했다. 여수에서도 동짓날 팥죽을 쑤어 먹는 풍습이 있었다.
5. 납일(臘日)·제석(除夕)·마을 관찰
납일은 동지 후 셋째 미일(未日)로 1년 동안 일어났던 모든 일을 신에게 보고하는 날이라 한다. 옛날 궁중에서는 납향(臘享)이라 하여 사냥을 해서 종묘와 사직에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여수에서는 털 가진 짐승을 잡아먹으면 일 년이 무병하다 하여 그물로 새를 잡아먹었다. 여수에서는 어린아이가 참새고기를 먹으면 마마를 깨끗이 한다하여 이날 밤에 손전 등을 쏘아 처마를 뒤져 참새를 잡아 아이들에게 먹이는 풍습이 있었다.
섣달 그믐날 밤을 제석(除夕) 또는 제야(除夜)라 한다. 한 해를 마지막 보내는 날이기 때문에 사당에 세배를 하고, 집안을 대청소하여 깨끗하게 하며, 부채가 있으면 모두 청산한다. 여수 해안과 섬 지역에서는 이날 차례를 지내고 묵은세배를 올렸다. 또 여수시 돌산읍 평사리 계동마을과 삼산면 초도리, 화양면 용주리 고내마을에서는 당산제를 지냈고, 삼산면 손죽리에서는 중선배 풍어오색기 달기와 길굿놀이 및 봉기(奉旗)를 했다.
여수에서는 섣달 그믐밤 자정을 전후하여 마을이 잘 보이는 높은 곳에 올라 면밀히 관찰하였다. 누구의 집에서 이상한 불빛이나 징후가 일어나는지를 파악하여 새해에 그 집에 불길한 일이 생길 가능성을 예고하고 조심하게 했다.
6. 윤달[閏月]
윤달은 부정이 없는 달이다. 평상시에는 재해가 두려워서 하지 못하는 일도 윤달에 하면 아무 탈이 없다. 그래서 가옥을 개수하거나 신축하고, 수의(壽衣)를 만들고, 토석을 움직이는 등 무슨 일이든 해도 좋다. 속담에 ‘윤달에는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없다’고 하는 말이 있다. 궂은일은 모두 윤달에 해치운다.
[의의와 평가]
세시풍속도 시대에 따라 변화를 거듭한다. 그 변화는 민속사회의 구조적인 변동과 함께 문화 변용의 문제다. 세시행사에서 비롯된 풍속은 당초에 의례성·제의성·주술성·오락성이라는 속성을 모두 가지고 있었지만, 그 중 완전한 놀이의 형태로 변용된 것은 시대의 변화와 함께 그만큼 제의성과 주술성이 희박해졌다. 이를 세시풍속과 구분하여 보통 민속놀이라 하는데, 후대로 내려올수록 세시적인 것보다는 단순히 흥미 본위의 창안된 오락성이 짙어진다.
오늘날 이러한 세시풍속과 민속놀이가 생산기술의 발달로 말미암아, 시계성(時季性)의 제약에서 벗어나 인위적으로 생산 활동을 주도하려는 의지가 팽배해졌다. 교육의 보급과 함께 태양력이 일반생활에서 보다 중요한 기준이 되어 세시풍속도 점차 그 관념이 희박해졌다. 특히 서양풍속의 유입으로 다이어리 데이(1월 14일)에서 머니 데이(12월 14일)까지 서양 귀신이 우리의 세시풍속을 밀쳐냈다. 이제 세시풍속은 구습이라 홀대를 받고 있는 실정인 데다가 존망의 위기에 몰려 있다.
세시풍속은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과 문화다. 우리의 전통과 우리의 문화를 구습이라 폄하하는 것은 몰상식이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 선조들의 자연에 대한 대처 능력과 미풍양속 그리고 생활에 활력을 주는 놀이를 되새겨 봄으로써 우리의 전통과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가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