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200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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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정치·경제·사회/경제·산업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경상북도 의성군 의성읍|춘산면|봉양면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임경희 |
[개설]
의성 마늘 은 경상북도 의성군의 토종 특산물이다. 의성군 의성읍 치선1리·치선2리, 사곡면 오상리, 금성면 만천리, 춘산면 사미리와 효선1리·효선2리에서 주로 생산되고 있는 의성 토종 마늘은 특유의 향과 강한 매운맛 등 5가지 맛을 고루 느낄 수 있어 외래 품종이 넘볼 수 없는 ‘명품 마늘’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이며, 전국에 그 명성이 퍼져 있다. 의성 지역의 환경과 자연 조건이 겨울과 여름, 낮과 밤의 기온 차이가 심한데다 땅도 화산암토로 일반 토양과는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의성 마늘이 고유한 특성과 맛을 지니게 된 것은 이런 기후와 토양 덕분이다. 그래서 6월 중하순에 수확하는 의성 마늘은 한눈에 봐도 외래종인 남도 마늘[올마늘]이나 대서 마늘[스페인종]과 확연히 구별된다. 또한 의성 마늘은 즙액이 많아 적은 양으로도 양념 효과가 크며 김치의 신맛을 억제하는 기능이 탁월하다. 약리 작용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논에서 재배되어 다른 지방의 것보다 깨끗하고 마늘쪽이 단단해 저장성도 높다. 이런 경쟁력 덕분에 의성 마늘은 “의성군”하면 바로 “마늘”을 떠올릴 만큼 전국적 명성을 쌓을 수 있었다. 의성군은 마늘을 지역 대표 브랜드로 활용하며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있다.
[첫 재배지 의성읍 선암마을]
의성 마늘 의 재배 역사는 480여 년 전 조선 중종 때로 거슬러 간다. 의성군청 소재지인 의성읍 중심가에서 벗어나 자동차로 4㎞쯤 달리다보면 길 양옆에 통나무를 이어 만든 마늘 창고들이 죽 늘어선 마을을 만난다. 경상북도 의성군 의성읍 치선 1리, 7월 중순쯤이면 마을 사람들이 너나할 것 없이 창고 아래에 주저앉아 수백 포기씩 마늘을 손질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곳을 지나 동남쪽으로 1㎞, 이번에는 ‘치산 2리 선암마을 최초 마늘 재배지’라고 돌에 새긴 안내판이 방문객을 맞는다. 의성 마늘의 첫 재배지로 알려진 선암마을이다. 동북쪽은 의성읍 상리리, 동남쪽은 사곡면 오상리와 이어진 남대천 냇가에 42가구가 모여 살고 있는 곳이다. 마을의 행정 명칭은 경상북도 의성군 의성읍 치산 2리이나 마을 뒷산에 선녀들이 베를 짜던 자리라고 전해져 오는 베틀 모양의 기암이 있어 선암마을로 불리어지고 있다. 베틀 모양의 기암을 선녀들이 내려온 바위라 하여 선암(仙岩)이라 명명했기 때문이다. 이 마을은 1527년(중종 22)에 생겨났으며 경주 최씨와 김해 김씨가 와서 자리 잡았고 마늘은 이들에 의해 재배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제 강점기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토종인 한지형 마늘을 생산하고 있는 이 동네는 10년 전만 해도 ‘마늘 아니면 생활이 안 되는’, 모두가 마늘 농사에 매달려 마늘로 ‘먹고 사는’ 동네였다.
이 마을에 처음 자리 잡고 살았다는 경주 최씨의 14대 종손으로 이곳에서 살고 있는 주민 최억[84세] 할아버지의 증언에 따르면 비닐이 생산되기 전까지는 의성군 지역에서 마늘 농사를 짓는 곳이 치선리뿐이었고 비닐이 생산되면서 농가가 금성면과 춘산면 지역으로 급격하게 확산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선암마을에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마을 62가구 전체가 마늘 농사에 매달렸고 품팔이를 하기 위해 곁방살이하는 가구도 적지 않았다.
[춘산면에는 토종 마늘 마을]
선암마을을 나와 다시 동남쪽, 청송 방면으로 계속 가다 보면 가음면사무소 소재지를 만난다. 그리고 1㎞, 빙계계곡과 춘산면사무소 소재지로 가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춘산면 쪽으로 차 머리를 돌리면 곧 이어 눈앞에 나타나는 커다란 못 둑. 구천지, 조성지와 함께 의성군 내 3대 저수지로 손꼽히는 가음지(佳音池)가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둑 높이기 공사가 한창이다. 길목에는 “마늘 팝니다.”라는 입간판이 서 있다. 저수지를 끼고 다시 2㎞쯤 가면 주변은 온통 사과밭이다. 춘산면 표지석을 만나기 직전, 왼쪽에 사리길이란 표지판이 나온다. 길을 꺾어 들면 그 곳이 바로 토종 마늘 마을 정보 센터[경상북도 의성군 춘산면 사미리 331]로 농촌의 취학아동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춘산초등학교 효산분교장으로 격하되어버린 옛 효산초등학교 교정 한 켠에 사무실과 교육장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 춘산면 사미리, 효선1리, 효선2리에 걸쳐 펼쳐진 토종 마늘농가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 사이버 홍보, 판매 시설이다. ‘의성 토종 마늘 정보화 마을’이라고 쓰인 커다란 표지판이 맞은 편 길에 보인다.
춘산면사무소에서 만난 임재환 부면장은 이곳이 의성 마늘의 주요 재배지가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토종 마늘 마을 오른 쪽에 금성산이 있습니다. 옛날엔 활화산이었다고 들었어요. 여기에서 나오는 화산 분진이 바람에 날려 사미리 쪽으로 가서 오랜 세월 쌓였기 때문에 알리신 성분이 풍부한 독특한 맛을 가진 의성 마늘이 재배될 수 있는 겁니다. 이런 이유로 의성 토종 마늘의 집산지는 금성산을 둘러싼 의성읍 치선1리와 치선2리, 사곡면 오상리와 화전리, 춘산면 사미리와 효선1리·효선2리, 금성면 운곡리와 만천리 지역들에 걸쳐 있지요. 이 지역들이 내륙분지여서 한서(寒暑)의 차이가 큰 것도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같은 의성군 지역이지만 안계면 등 서부 지역은 토질이 맞지 않아서 마늘을 생산할 수 없습니다.”
이런 천혜의 자연 조건 때문에 의성 토종 마늘은 생산량이 전국 생산량의 3.5%밖에 되지 않지만 지금까지도 “전국 최고”란 명성을 자랑한다.
[마늘 농가 사람들의 일상]
의성 마늘 은 마늘과 벼를 병작하는 방법으로 생산된다. 벼를 수확한 논에 10월말 경 마늘을 심고 다음 해 5월 말 쯤 마늘종을 뽑은 후 하지[6월22일]를 전후해서 수확을 한 다음 건조 과정을 거쳐 7월 중순경부터 출하가 시작된다. 이 때문에 마늘 농사를 짓는 농가 사람들은 사계절 내내 쉴 틈이 없다.
춘산면 효선리에서 대를 이어 마늘 농사를 짓고 있는 김태화[83세] 할아버지처럼 마늘 농가 사람들은 일상은 매일 눈을 뜨는 새벽 4시쯤부터 잠자리에 드는 저녁 9시까지 집과 논, 밭, 마늘 건조장을 시계추처럼 오가는 생활을 반복해야 한다.
“스무 살 때쯤부터 농사를 짓기 시작했지. 하루 생활? 새벽 4시나 되면 일어나서 일단 들로 나가지. 논농사하고 마늘 농사 한 삼천 평, 사과 농사 한 1,500평쯤 하고 있으니 그거 다 둘러보자면 두 시간은 넘게 걸리거든. 그리고 집에 와서 씻고 아침 먹고. 숟가락 놓으면 다시 나가 봐야지. 점심? 점심시간은 일 따라서 정하는 거야. 12시에 먹을 때도 있고 오후 1시나 되어야 먹는 날도 있지. 그러고는 또 일하고. 요즘처럼 마늘 건조할 때는 건조장에 붙어 있어야 해. 마늘은 건조가 생명이거든. 그러면 그럭저럭 저녁 9시. 하루가 끝나는 거지. 그래도 옛날에는 다 사람 힘으로 했는데 농기계가 나오면서부터 힘을 많이 덜었지. 농기계 덕분에 대량생산도 가능해 진거고. 1978년 쯤 경운기가 나오면서 마늘 운반이 많이 수월해 졌지. 지금이야 보다시피 관리기, 이앙기, 정미기, 컴프레서, 트랙터까지 집에 없는 게 없지.”
거기에다가 마늘 농사는 재배-수확-건조-판매과정에 온 식구가 매달려야 한다. 의성 마늘의 첫 재배지로 알려진 선암마을에서 만난 최억[84세] 할아버지는 마늘을 팔러 다니던 일을 이렇게 기억한다.
“열 살 쯤 되어서 의성국민학교에 입학했지. 이 집에서 다녔으니까 여기서 학교까지가 한 4㎞? 주경 야독했지. 그 때는 마늘이 아니면 생활이 안 되었으니까 동네 사람 전부가 논에다 여름에는 벼, 벼 수확이 끝난 10월 중순쯤에는 마늘을 심었지. 원래 마늘은 일제 때는 200평 당 20접에서 30접쯤 심었거든. 그러면 5배쯤 수확이 돼요. 요새야 주아 재배를 하니까 한마지에 80접도 심는다더라만. 비닐이 나오고서 마늘 농사가 번창했지 그 전에는 일일이 사람 손으로 해야 했으니까. 파는 것도 처음에는 지게에 짊어지고 시장에 나가서 팔았지. 그리고 나중에 리어카가 나왔거든. 요즘에야 차가 나와서 그 때하고 많이 달라졌지만, 그 때야 포장도로가 어디 있었나! 마늘을 접으로 엮어서 리어카에 실어 놓으면 어른이 끌고 아이들은 밀면서 읍내시장까지 갔지. 마늘 팔러나가는 시간은 아이들 등교시간에 맞추어야지.”
그는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군대에 징집되어 갔다가 1953년 제대했다.
“집에 오니까 동장을 맡으라고 하데. 아직 20대 청년이었는데. 그 때부터 10년 동안, 5·16이 일어날 때까지 동장을 맡았지. 그 때 이 동네가 62호, 소를 먹이는 집이 10집쯤 있었어. 마늘이 돈이 되니까 마늘 농사 품팔이를 하려고 곁방살이하는 사람도 많았지. 그래서 내가 동장을 할 때는 소가 끄는 구루마로 집집이 읍내까지 팔러가는 대신 마을에서 수확한 마늘들을 모두 모아 화물차로 읍내 공판장까지 실어 날랐지. 마늘 농사짓는 집이 많으니 소 구루마로는 안 돼지.” 그랬는데 지금은 모두 해야 40호나 남았을라나? 남아 있는 집들도 태반은 할머니 혼자 집을 지킬 거야. 나도 마늘 농사지어서 7남매 공부시켰더니 모두 다 도시로 나가 살지.
[의성 토종 마늘 이모저모]
의성 토종 마늘은 한지형이며 종자용 주아를 채취하여 종자로 재배한다. 주아 재배 방법은 토종 마늘의 맥을 잇는 재배법으로 1980년대부터 지역 농가들이 사용해 왔으며 1999년 농림부에 의해 신지식 농법으로 선정되었다. 마늘 농사는 10월 중순 벼를 베어낸 논에 파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파종이 끝나면 그 위를 비닐로 덮고[비닐멀칭] 겨울을 나게 한다. 그리고 3월 초, 마늘이 싹을 띄우기 시작하면 비닐을 뚫고 유인 작업을 한 후 비료를 준다. 땅에 덮은 비닐은 6월 10일쯤 모두 제거한다. 6월 중순쯤 마늘종을 제거한 후 캐서 집으로 옮겨 대를 단 채 건조장에 널어둔다. 마늘 농사에서는 건조 과정이 특히 중요하다. 두 달동안의 건조 작업을 거치면 토종 마늘이 출하된다.
이렇게 재배된 의성 마늘은 우선 통이 높고 길며 쪽과 쪽 사이 굴곡이 완만하고 도자기 형태를 하고 있다. 배열된 쪽도 덧 쪽이 없이 균일하며, 모양은 반달형으로 쪽의 머리 부분 껍질이 길게 나와 있는 게 특징이다. 다만 물기가 많은 논에 심을 경우와 상대적으로 수분이 적은 밭에 토종 마늘을 심을 경우 마늘의 굵기가 달라질 수 있다. 또한 땅속에서 잠을 자는 휴면 기간이 외래종보다 길어 심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뿌리는 나오지만 겨울을 넘긴 다음에야 싹이 나오기 때문에 종대가 단단하고 거꾸로 들었을 때 잘 꺾이지 않는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지리적 표시제 상품 부분에서는 의성 마늘을 이렇게 소개한다. "주아 재배로 생산된 종구를 논에서 재배한 의성 마늘은 열구가 적고 단단하여 저장성이 우수하며, 알리신(Allicin)이 풍부하여 마늘 특유의 맛과 향이 강하고, 단백질, 탄수화물 등과 결합하여 살균·항균작용이 강력함"
그리고 "맵고 달콤한 맛"은 의성 마늘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러한 맛은 혈암[붉은 색 층을 이루는 바위] 지역이 가지는 특징, 칼슘이 많이 함유된 지하수, 밤낮의 높은 기온차 등이 어우러진 지역의 자연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듯하다. 실제로 의성의 재래종 씨앗을 의성 밖으로 가지고 나가서 심으면 맵고 달콤한 맛이 없어지지만 다른 곳의 씨앗일라도 의성 땅에서 2년만 자라면 의성 마늘과 비슷한 맛이 난다고 한다.
의성 지역의 마늘 농가는 2011년 현재 4,500호이며 재배 면적은 1,486.2ha에 이른다. 난지형 마늘[외래종]에 비해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적어 마늘 생산량은 1만 3900.2t으로 전국 생산량의 3.5%대에 그치지만 재배 규모로 따진다면 전국에서 여섯 번째로 넓은 지역으로 분류된다.
[마늘과 함께 하는 의성군]
농업·축산업이 주산업인 의성군에 있어서 마늘은 ‘부자 농촌, 살맛나는 의성’을 만들어 주는 매우 귀중한 특산물이다. ‘의성 마늘’은 오늘날 의성군을 대표하는 토종 농산물로서만이 아니라 의성 지역 마늘을 대외적으로 홍보하는 대표 브랜드 명으로도 진가를 높이고 있다.
지역 곳곳에는 마늘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세워지고 의성 마늘 박물관을 통해 의성 마늘에 관한 모든 정보가 전국으로 퍼진다. 축산물 시장이 개방되면서 ‘의성 마늘’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축산물의 대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안이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지역의 축산 대표 브랜드는 ‘의성 마늘 목장’이 되었으며 소와 돼지, 닭, 계란들은 ‘마늘소’·‘마늘포크’·‘마늘란’·‘마늘닭’이라는 상표를 붙여 팔려 나간다. “의성 마늘과 함께 의성군의 미래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열정과 노력의 산물”이다.
‘의성 토종 마늘’은 현재 ‘명품 의성 마늘’로 변신하기 위한 사업 계획을 착착 진행 중이다. 의성군은 2005년부터 추진한 ‘의성 마늘 양념 명품화’ 사업을 통해 마늘 생산 기반을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흑마늘과 음료 등을 개발하는 성과를 얻었다. 최근 5년 동안 마늘 농가에 대한 마늘 관수 지원, 마늘 농기계 지원, 마늘 건조 시설 현대화, 마늘 건가 시설 지원, 고품질 명품 마늘 생산 지원, 다진 마늘 가공 기계 설치 지원도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2014년까지 총 사업비 30억 원을 들여 연구 개발, 마케팅 기반 구축, 생산 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이 수행될 예정으로 있다. 의성군 의성읍 원당리 1만 8210㎡에는 의성 마늘 테마파크가 조성되었다. 2012년 7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 동안 ‘의성 마늘 세계에 고(go) 하다’라는 주제로 제1회 세계 의성 마늘 축제가 개최되기도 했다. 마늘 산업을 발전시키고 ‘의성 마늘’을 세계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의성군에서 생산되는 우수 농·특산물과 가공품들은 서울 등 대도시뿐 만아니라 해외 10여 개국에까지 팔려 나가고 있다.
의성 사람들은 말한다. “의성 마늘은 의성 사람들의 삶이며 인생입니다. 한국 사람 모두에게 사랑받아왔고, 사랑받고 있는 대한민국 마늘의 대표 브랜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