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소재 경남 대학교 박물관(慶南 大學校 博物館)에 소장된 서간첩(書簡帖).

[개설]

『제가서독(諸家書牘)』Ⅰ은 일제 강점기에 조선 초대 통감을 지낸 데라우치 마사다케[寺內正毅]가 재임 기간에 수집했던 자료로, 일본 야마구치 현립 대학[山口縣立大學] 도서관 데라우치 문고[寺內文庫]에 소장되어 있었다. 경남 대학교는 일본 야마구치 현립 대학으로부터 1996년 98종 136점의 조선 관계 자료를 기증받아 보관하고 있는데, 『제가서독』Ⅰ은 그 중 1종이다. 경남대학교 박물관 데라우치 문고에는 『제가서독』이란 이름의 서첩이 2종 있다. 이에 편의상 『제가서독』Ⅰ, 『제가서독』Ⅱ로 구분해 둔다. 현재 경상남도 유형 문화재 제509-120호로 지정되어 있다.

[형태 및 구성]

『제가서독』Ⅰ은 1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크기는 30㎝×25㎝이다. 전체 쪽수 30쪽이며, 보관 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제가서독』Ⅰ에는 호은(湖隱) 신량(申亮)[1596~1663], 미수(眉叟) 허목(許穆)[1595~1682], 동춘당(同春堂) 송준길(宋浚吉)[1605~1672] 등 15인의 편지가 실려 있는데, 이중 송준길의 편지가 3통, 윤선거(尹宣擧)[1610~1669]의 편지가 2통이고, 나머지는 각 한통씩의 편지가 실려 있어 모두 17통의 편지가 실려 있다.

[의의와 평가]

『제가서독』Ⅰ은 말 그대로 ‘여러 사람[諸家]’의 편지를 모아 첩을 만든 것으로, 뚜렷한 성격을 부여하기 힘든 평범한 형태의 간찰첩(簡札帖)이다. 내용은 문안 편지를 비롯해 사직 상소와 관련한 건, 약재를 구하는 건 등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재미나는 것은 이 첩의 5번째 실린 송준길의 편지와 6번째에 실린 송시열(宋時烈)[1607~1689]의 편지이다.

송준길의 편지는 그의 서생(庶生) 출신 숙부의 사위가 행실이 나쁘다는 내용이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숙부가 자신의 노(奴)를 팔면서 노의 값을 가로챘을 뿐만 아니라, 구매자에게 관(官)으로부터 증명서를 발급받아 주겠다는 구실로 수수료까지 챙겼다. 이런 일들로 곤란에 빠지자 그의 서숙이 송준길에게 그 문제의 해결을 부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송준길은 서숙의 부탁이라 외면하기도 그렇고 또 군수에게 직접 청탁을 하는 것도 모양이 좋지 않은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송준길을 꾀를 내어 그의 일가(一家)인 송시열에게 편지[5번 편지]를 보내 도움을 요청하면서 편지 한 부분을 비워두었다. 편지를 받은 송시열은 그 여백에다 송준길이 편지를 보내오게 된 사연을 적어 군수에게 보내[6번 편지] 송준길의 뜻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편지 형식은 상당히 생소한 것인데, 어쨌든 조선 시대에도 남에게 어려운 부탁을 직접 하기란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편지만이 보여줄 수 있는 조선 시대의 사회적 모습이 내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