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경상남도 창원시에서 인류의 출현으로부터 문자에 의한 역사 기록이 남겨지기 이전까지의 시대.

[개설]

선사 시대라는 장구한 시간과 그 안에서 이루어진 인류와 문화의 진화 과정에 대한 관념은 19세기에 들어와서야 생겨났다. 선사 시대라는 개념이 확립되기 전까지는 서양에서도 성서의 창세기 기록이 전하는 불과 수천 년의 시간대가 인류 역사의 전부였다. 그러나 19세기 과학주의 사고가 지질학의 기초 개념을 만들어 내고 생물의 변화에 대한 진화의 이론을 성립시켰다. 이에 힘입어 초창기 고고학자들은 알려진 역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원시 문화의 특성들을 정의하고 층서적인 구분을 시작하였고, 역사 기록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는 시기나 문자가 해독된 고대 문명 이전의 시대를 선사 시대라는 개념으로 정의하였다.

[범위]

생물학적으로 인류라고 할 수 있는 존재의 기원은 600만~70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우리와 같은 모습과 인지 능력을 지닌 현대인도 10만 년 전에는 출현하였다. 이에 비해 최초의 정비된 문자 체계가 등장한 것은 5,000년 전의 일이기 때문에 인류사의 대부분은 선사 시대인 셈이다. 더욱이 문자 체계가 처음 발명된 문명의 중심지는 역사 시대로 접어들지만 나머지 주변 지역은 선사 시대였다. 200년 전만 하더라도 세계의 많은 지역이 무문자(無文字) 사회였음을 생각하면 특정 지역의 문자 사용을 기준으로 인류 역사를 선사 시대와 역사 시대로 가르기는 어렵다.

[발전 단계]

선사 시대의 기간 동안 인류 사회는 구석기 시대의 수렵 채집 단계에서 신석기 시대 원시 농경 사회로 진화하였고 집약적인 농경 생활을 기반으로 계급 사회가 출현하고 도시화와 국가 형성이 진행되었다. 우리나라의 선사 시대에서 주목할 만한 사회 문화적 변화는 청동기 시대에 나타난다. 이 시대 접어들어 농경 사회가 발전하여 대규모 취락이 등장하고 거대한 기념물도 구축되어 문화적 경관이 조성되는 것이다. 청동기 시대의 사회는 중국 동북 지방으로부터 파급되는 철기 문화의 영향 아래 놓이게 되고 이어 한군현이 설치되면서 한반도 남부 지역의 사회는 그들과의 교섭을 통해 빠르게 발전하게 된다. 이어 삼국의 초기 국가가 형성되는 무렵이 되면 자체적인 역사서가 편찬되고 선사 시대는 막을 내린다.

[특징]

창원 지역에는 아직까지 구석기가 출토되는 갱신세의 고토양층에 대한 보고가 없지만, 신석기 시대의 빗살무늬 토기가 포함된 패총이 이곳저곳에서 확인된다. 창원시 진해구 남양동에서는 신석기 시대 마을 유적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청동기 시대부터 경상남도 창원 지역에는 인간의 거주가 집중되었던 것으로 보이며 곳곳에 취락과 고인돌 유적이 발견된다. 특히 창원시 동읍 덕천리와 마산합포구 진동면에서 발견된 대규모 고인돌 군(群)과 함께 의창구 서상동 남산 정상에 위치한 대규모 환호취락은 우리나라 청동기 시대의 문화 경관을 대표할 만한 유적이라고 할 수 있다.

창원 덕천리 유적의 고인돌은 거대한 상석을 중심으로 대규모 제단이 마련되고 그 주위로 작은 고인돌들이 분포하는 양상으로, 창원 지역에 계급 사회를 기반으로 한 정치 세력이 형성되어 그들의 권력 관계를 고인돌 군의 공간적인 분포에 표현하였음을 알 수 있다. 마산합포구 진동면의 고인돌 군 역시 석축 제단을 가진 고인돌이나 낮은 분구를 가진 묘역식 고인돌을 연접시켜 거대한 경관을 만든 사례이다. 서상동 남산 유적의 환호는 방어 목적의 시설로 보이는데 폭 10m에 깊이 4m로 도랑을 파서 산 정상부를 에워쌌다.

이와 같은 선사 시대에서 역사 시대로 넘어가는 단계인 원시 시대 유적으로 중요한 유적이 창원 다호리 고분군[의창구 동읍 다호리]이다. 서기 전 1세기에 속하는 창원 다호리 1호 무덤에서는 붓과 같은 필기도구와 함께 한군현으로부터 받아온 동경(銅鏡) 등의 유물이 많이 출토되었다. 이 무덤의 주인공은 당시 창원의 지역 집단을 대표하는 우두머리 중에 하나라고 생각되며, 부장된 유물로 보았을 때 이 지배 계층의 인물들은 한군현(漢郡縣)과의 교섭을 통해 문자사용을 비롯한 선진 문물을 도입하고 자신들의 정치적인 권력을 확대하여 역사 시대의 개막을 준비했던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