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12B010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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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상북도 구미시 고아읍 원호리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석대권 |
예로부터 원호리의 토질이 질은 까닭에 밭작물이나 과수원 등의 작물이 발달하지 못하고 토질에 맞는 논농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다른 지역과 달리 문성지가 있어 농업용수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은 크게 없이 논농사를 지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과거에 과수를 하였던 마을사람들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논농사만을 짓는 전업농 김재평 씨의 경우, 25년 전인 20대 초반에 구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농사가 천직이라는 생각이 들어 전업농의 길로 들어섰다. 처음에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땅과 남의 땅을 빌려 기계도 없이 재래식농기구로 농사를 지었다.
1980년대 이전까지 다른 지역과 다름없이 원호리의 현대식 농기계 보급 역시 미비하였다. 그러나 이농에 따른 노동력 부족과 노동력의 고령화 현상에 대처하기 위해 자연스레 농업 기계화가 이루어졌다.
김재평 씨의 경우도 노동력의 부족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현대식 농기계를 도입하였다. 25년 전쯤에 60~70만원을 주고 경운기를 구입하고 5년 후에 모내기를 위해 이앙기를 구입하였다. 이 후 논을 갈기 위한 트랙터, 벼 수확을 콤바인, 관리기, 곡물건조기, 농약살포기, 정미기 등을 차례로 갖추게 되었다.
농기계의 도입으로 기존의 농작업 형태는 크게 바뀌었다. 예를 들면 과거에는 소를 이용하여 쟁기로 논이나 밭을 갈았으나, 경운기나 트랙터가 대신하게 되었고, 벼 수확을 할 때도 바인더나 탈곡기 대신 콤바인을 이용하여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벼를 수확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노동 시간과 노동력의 절감으로 인해 넓은 농지의 경작이 가능하게 되었다.
현재 김재평 씨가 경작하고 있는 논은 4만평 정도로 약 200마지기가 된다. 4만평의 논 중 본인 소유의 논은 2,400평이고 나머지는 임차한 것이다. 논은 주로 문성리쪽에 있으며, 연간 소득은 6,000~7,000만원 정도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득은 처음에 논농사를 시작했던 25년 전에 비하면 총소득에서 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농약, 비료, 인건비 등의 생산원가의 상승과 한·미 FTA로 인한 추가적인 쌀값 하락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가 소득을 감소시키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온난화현상으로 과거보다 기온이 상승하는 등 자연환경의 변화가 전염병 발병율을 증가시켜서 해가 갈수록 경작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김재평 씨의 논농사 주기를 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논갈기는 11월에 ‘갈갈이’라 하여 짚을 섞어서 논을 갈아놓고 겨울을 지낸다. 다음해 3월에 얼었던 땅이 풀리면 논에 거름을 뿌리고 트랙터로 논을 간다. 4월 20일부터 5월 20일까지 모판에 모종을 하여 모를 키우고 못자리를 만들어 부직포를 씌운다. 때에 따라 하우스를 이용하여 ‘8일모’를 하는 사람도 있다. ‘8일모’는 모판에 볍씨를 파종하여 그 위에 고운 황토흙이나 모래를 살짝 덮어준다. 그리고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상자를 쌓아 놓은 후 비닐 등으로 싹이 잘 트도록 덮어준다. 볍씨 싹이 트는 정도를 살펴 못자리 준비를 한다. 못자리는 모판을 놓을 정도의 작은 비닐하우스로 모판을 못자리에 옮겨 놓고 비닐을 덮어 모를 키우는 것이다. 모내기는 보통 5월 18일부터 6월 10일까지 하는데, 물 댄 논에 밑거름을 주고 트랙터를 이용해 써레질을 한다. 써레질이란 논바닥을 편평하게 하는 작업을 말하는데, 이때 물이 잘 빠지는 논은 곱게 써레질하고 물이 잘 빠지지 않는 논은 거칠게 써레질하는 것이 좋다.
모내기는 이앙기를 이용하며, 모내기를 하고 1주일 정도가 지나면 뿌리가 내리게 되는데 이때 제초제를 뿌린다. 과거에는 제초제를 뿌리지 않고 3회에 걸쳐 김매기를 하였으나 요즘은 제초제로 하기 때문에 따로 김매기를 하지 않으며 물을 적당히 대주고 전염병 예방을 위한 약을 친다. 벼가 본격적으로 생작하는 7~9월 사이에는 문곡병, 잎도열병, 야맹충, 흙명나방 등의 병해충이 발생하므로 주기적으로 약을 친다. 특히 흙명나방은 예전에는 없던 것이었는데 3~4년 전부터 생기기 시작하여 한번 출몰하면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
수확은 조생종은 추석 무렵에 하고 만생종은 추석으로부터 열흘 정도 지나면 한다. 너무 일찍 벼를 수확하면 청미(푸른 쌀)가 많아지고 품질이 불량해지며, 또 너무 늦게 수확하면 쌀알의 광택이 좋지 않게 된다. 요즘은 수확에 콤바인을 이용하기 때문에 벼 베기에서 탈곡까지 한꺼번에 이루어진다.
수확한 벼는 건조기나 노지에서 건조를 하며 건조기가 좋지 않던 옛날에는 건조기에 말리면 벼가 품질이 떨어졌으나 요즘은 기계가 발전하여 큰 차이가 없다. 건조기에 말리면 12시간 가량 말리며 500㎏ 정도를 한 번에 말릴 수 있다. 건조가 되는 시간이 빠르면 쌀이 깨져 품질이 떨어져 제값을 못 받는다. 건조한 벼는 40㎏ 단위로 포대에 담아 검사를 거친 후 농협자체수매로 나가며 일부는 정미소에서 도정하여 개별판매나 도매업자에게 판매된다. 주로 경작하는 품종으로는 일품벼, 동진1호, 추청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