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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 민중의 삶과 소리, 민요 이전항목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5200013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지역 경상북도 의성군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김미영

[개설]

민요는 민중이 널리 부를 뿐만 아니라, 그 음악적·문학적 성격도 민중적이다. 민요는 생활상의 필요성에서 창자가 스스로 즐기는 노래이다. 악곡이나 박자, 사설이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아서 특별한 기교나 재주가 없어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생활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단순히 민중의 생활을 노래하는 차원을 넘어서 노동과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생산적인 노래라는 특징을 갖는다. 민요를 통해 노래를 향유한 계층의 삶을 파악할 수 있다. 민요는 그 기능에 따라 기능요와 비기능요로 분류되며, 기능요로는 노동요와 의식요, 유희요로 나눌 수 있다.

[경상북도의 곡창 안계평야, 논농사 중심의 의성민의 삶]

의성군은 1읍 17개면으로 봉양면을 중심으로 동서로 나뉜다. 동부는 주로 산지가 많아 예로부터 밭농사를 주로 하였고 서부는 광활하고 비옥한 안계평야를 중심으로 논농사를 주로 하였다. 안계평야는 금호평야, 안강평야와 더불어 경상북도 내에서 3대 평야로 손꼽히는 곡창이다. 안계평야를 중심으로 의성 지역에서는 논농사와 관련된 민요가 발달하였다.

논농사는 사람이 중심이 되어서 논, 사람, 세시풍속 등이 긴밀하게 관련된다. 논농사와 관련된 소리로는 「파래질 소리」, 「봇 가래질 소리」, 「소부림 말」, 「모내기 노래」, 「논맴 소리」, 「타작 소리」 등이 있다. 특히 모 찌면서 소리하는 예가 흔하지 않은데 이것을 통해 의성군이 본격적인 이모작 지대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의성군은 호리 소로 논밭 갈이를 한다. 그래서 소 부림말이 존재하는데 소를 부리면서 앞으로 나가게 하고 싶을 때는 ‘이라’하고 뒤로 물릴 때는 고삐를 당기면서 ‘물러’한다. 왼쪽으로 가게 하려면 ‘어디어디’라고 외친다. 오른쪽으로 가게 하려면 말없이 고삐만 잡아 당겨도 알아듣는다. 멈추게 할 때는 ‘워’라 한다.

[노래로 풀어낸 여성들의 삶과 애환-부녀요]

민요 중에서도 밭노래와 길쌈노래, 가사 노동요, 양육요는 여성들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들 노래에는 여성들의 삶의 모습, 삶에 대한 인식이 반영되어 있다. 전통 사회의 여성은 가정과 사회에서 남성에 비해 주변인에 머물렀다. 그러므로 여성 민요를 통해 그들을 둘러싼 억압된 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있고, 그들이 민요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알 수 있다.

1. 늦은 밤 동무들과 함께, 때로는 혼자-길쌈요 「베틀노래」

남성의 노동요가 논농사를 중심으로 한 것이라면, 여성의 노동요는 길쌈을 중심으로 전승되어 있다. 길쌈은 일의 특성상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데, 「베틀노래」는 일의 지루함을 덜기 위해 부르게 된 노래이다. 사설을 보면 베틀을 설치하고, 베를 짜는 행위 및 베틀 기구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베틀노래」는 월궁에서 놀던 선녀가 이 세상에 내려와서 소일거리로 옥난간에다 베틀을 차려놓고 베를 짠다고 하면서 베틀의 구조를 하나하나 들먹이며 형용한 후 그럭저럭 짠 베로 님의 옷을 지어주는 것으로 매듭지음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의성 지방의 「베틀노래」는 베를 짜는 행위만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베틀노래」가 베짜는 작업을 중심으로 가창되는 노래이기 때문에 다른 무엇보다 기능적 측면이 중시되는 노동요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의성군에서 불려지는 「베틀노래」 고유의 기능이 길쌈 노동요라는 것을 확인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2. 시집살이의 스트레스 노래로 풀-「방구타령」, 「치마노래」

여성들의 삶과 애환을 담은 노래로 ‘시집살이’류가 빠질 수 없다. 누가 먼저 이런 류의 노래를 시작했는지 알 수 없지만 여성들은 시집살이 노래를 통해 며느리의 처지에 공감하고 정당함에 호소할 줄 알았다. 특히 의성군 옥산면에서 전해지는 「방구타령」은 방구에 대한 나열식 서술이 특징인데, 시어머니, 시아버지, 신랑, 시누이, 시동생 등으로 이어지면서 등장인물을 희화화하고 있다. 며느리들은 이런 노래를 통해 그동안 가슴 속에 담아 두었던 시집살이에 대한 스트레스를 유감없이 풀어내고 있었다.

3. 형님과 동생의 대화, 그들의 동지의식-시집살이 노래

시집살이 노래의 대표격인 「형님형님 사촌형님」은 시집 식구들과 아내의 괴로움을 몰라주는 남편에 대한 원망, 그리고 며느리만이 겪어야만 하는 시집살이의 괴로움이 거리낌 없이 풀어내고 있는 노래이다. 의성군 비안면에서 전승되는 「사촌형님」은 두 여인의 대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행마다 대구와 대조, 반복과 열거 등의 리듬감을 살리고 있다. 비유와 해학적인 표현으로 익살과 풍자를 드러내고 있다.

[흥을 아는 민중, 어른과 어린이의 놀이 노래]

우리나라 전래의 놀이 동요들은 주로 50세가 넘은 부인네들의 기억 속에 잠겨 있을 뿐, 실생활에서 사라져 있다 보니 어린이들과 전적으로 단절되어 있는 형편이다. 의성군에 전승되어 오는 놀이 노래 가운데 「월너러 청청」과 「실감기」 및 「외따기」 동요 등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는데 이 놀이들은 개별적으로 놀 수도 있고 적당히 조합하여 엮을 수도 있다. 의성군의 전래 동요로는 동물 노래·다리 헤기·애기 어루는 소리·말 잇기·빙맹이점 류·외따기 류의 놀이 노래 등이 있다.

1. 산과 들에 사는 모든 동물들이 나의 친구-동물노래

의성 지방 동요에서 소재로 삼는 동물로는 잠자리·항굴레·먹골래·메뚜기·나벵이·징검이·두꺼비·달팽이·뱀·파랑새·꿩 등이 있다. 동물 노래의 경우 가창자와 등장 소재가 거리를 유지할 경우 인간의 입장에서 등장 소재 부산물의 용도 및 무용함 등을 노래하는데, 의성 지방의 동물 노래에서도 그런 면이 잘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의성군 춘산면에서 불려지는 「뱀노래」의 경우 뱀을 만났을 때, ‘니 집에 칼간다/ 니 집에 불난다’를 부르면서 뱀이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주술적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2. 내다리 내놔라-「다리헤기」

다리헤기 동요는 아이들 여럿이 다리를 뻗고 마주앉아 그 다리가 서로 맞물리게 한 다음 노래에 맞추어 다리를 차례로 헤아리다가 노래가 끝나는 박에 짚인 다리는 오므리며[의성군에서는 흔히 양반됐다고 ‘에헴’한다], 마지막까지 오므리지 못하고 뻗어 있는 다리의 임자가 지게 되는 놀이이다.

3. 둥글게 둥글게의 원형-「월너리 청청」

놀이 동요 중 ‘둥글게 둥글게’라는 노래가 있다. 이 노래의 원형을 찾아가면 ‘강강수월래’로 올라 갈 수 있고, 이런 전통 놀이 또한 의성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놀이는 여자아이들이 둥그렇게 원을 만들어 손에 손을 잡고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며 부르는 것으로 의성군에서는 「월너리 청청」이 여기에 해당한다. 「월너리 청청」의 민요권은 영덕·의성·포항·구미 방면의 경상북도 지방이다.

4.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실 감기와 풀기」

실 감기와 실 풀기는 의성군과 안동시에서 발견되는 여자아이들의 놀이 동요이다. 처음에 두 아이가 마주서서 양팔을 들어 올리고는 손을 마주잡아 대문을 만들면 다른 아이들은 일렬로 서서 앞사람의 어깨나 허리를 양손으로 잡고는 대문 안으로 들어가며 실 감기 노래를 부른다. 대문을 만든 아이들이 앞소리꾼이고 일렬로 줄지은 아이들은 뒷소리꾼이다. 대문을 다 빠져나간 뒷소리꾼들은 농악의 멍석말이처럼 한 지점을 정하여 똘똘 만다. 앞소리꾼도 뒷패의 꼬리와 손을 잡고 따라간다. 본래는 실패에다 실을 감듯이, 멍석말이 구심점의 아이가 막대를 가지고 선다. 앞소리꾼이 ‘그대로 멈춰라’하고 외치면 모두들 멈춰 선다. 다시 끝의 두 아이가 대문을 만든다. 다른 아이들은 실 풀기 노래에 발을 맞추어 옮기면서 멍석말이를 서서히 풀고 대문 안으로 빠져나간다. 다 풀어 원을 만든다. 앞소리꾼이 실 감기 노래로 바꾸어 부르기 시작하면 모두들 손에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선다. 적당히 제일 작은 원이 되면 손을 잡은 채로 팔을 위로 올렸다가 손을 붙잡지 않고 실 감기 노래에 맞추어 반짝이며 잠시 논다. 앞소리꾼이 실 풀기 노래로 들어가면 다시 손에 손을 잡고 뒷걸음질로 큰 원을 만든다.

5. 동 동 동대문을 열어라!!-「외따기」

「외따기」는 의성·예천·군위·구미·영덕·영양·안동·포항 방면의 경상북도 지방에 전승하는 문답식 놀이 동요이다. 갑[동외 딸려는 사람, 묻는 사람], 을[갑의 조수, 갑을 대신하여 동외를 따러다님]이 앞에 서고, 병[동외들, 갑의 물음에 답하는 사람]은 한 줄로 줄지어 앞사람의 허리께를 잡고 늘어선다.

의성군 안평면 금곡2리의 「외따기」 동요는 크게 세부분으로 구성된다. 첫 부분은 외따러 가기 전의 문답 장면이고, 둘째 부분은 갑 또는 을이 동외 꼬리를 따려고 뛰어 다니는 장면이며, 셋째 부분은 동외를 다 따고나서 함께 원을 그리고 여러 가지 시늉을 하며 노는 장면이다.

[저승 가는 길 편히 가소서, 언어의 힘-의식요]

의식요는 언어가 주술적인 힘을 지녀 인간과 귀신이나 혼령 사이의 의사 교환의 수단으로도 사용된다고 생각하게 성립될 수 있다. 의식요는 노동요에 비해 아주 폭이 좁다. 무가나 불가를 제외하면 의식요에는 상여 매기나 달구질할 때 부르는 장례 의식요와 서낭굿이나 지신밟기를 할 때 부르는 세시 의식요가 있다.

1. 풍작을 기원하는 세시 풍속-「줄멤소리」

줄다리기 는 원래 벼농사 지대에서 한해의 풍작을 기원하는 세시 풍속으로서 행해졌던 것으로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등지에 그 예가 있다. 경상북도 의성군에서는 의성읍, 구천면 내산1리, 옥산면 실업1리, 단북면 이연2리, 비안면 용남2리, 안평면 금곡2리 등지에서 정월 보름에 줄다리기를 하였다. 이연2리에서는 5월 단오 날에도 당겼다고 한다. 실업1리에서는 줄이 긴 것 한개만 만들어 음달[음지]와 양달[양지]로 편을 나누어 한다.

2. 지신아 지신아-「지신밟기」

집들이 농악을 울리면서 집안 안팎의 지신들을 눌리는 세시적 행사 때에 부르는 지신 풀이는 크게 지신식과 고사식으로 대별된다. 전자는 경상도에서 선소리꾼의 소리와 농악이 멕받 형식으로 전개되는 형태이며 “에 헤이루 지신아”로 시작해서 “잡구 잡신은 물알로 만복은 이리로”로 여밈이 일반이다. 후자는 그 밖의 지방에서 경을 읽듯이 고사 덕담을 하고 이어 성주풀이를 하거나, 가락이 있고 이따금 매구[농악]을 치더라도 노래하는 부분이 길거나 또는 매우 짧은 1회성이거나 하는 경우이다.

의성군에서는 지신식 지신풀이를 한다. 시기로는 정초에서 보름 사이에 주로 행한다. 안평면 금곡리사곡면 신리, 안사면 월소리의 받음 구는 “에 헤루 지신아”, “어루 화신아 지신아”, “에 헤이루 지신아” 이다. 단북면 이연2리에서는 “지신 지신 지신아”하고 나면 꽹과리가 한 장단 치고 또 노래 할 때는 꽹과리를 안친다. 의성군 안계면에서 전승되는 「지신밟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지신밟기는 성주굿-조왕굿-마구굿-샘굿으로 진행된다.

3. 강림을 불러 저승까지 무사히 !-「상부소리」

차사 본풀이는 강림이 차사가 된 내역을 본풀이이다. 사람들은 강림의 본풀이를 통해 죽은 사람이 저승까지 무사히 가기를 기원한다. 경상북도 의성군 안계면에서 전해지는 「상부소리」에는 ‘저승차사 강님도령’이라고 하여 죽은 이가 강림의 도움을 받아 저승까지 무사히 가기를 바라고 있다.

[의성 민요의 살아있는 전승자, 그들에게 의성의 삶을 듣다]

1988년 의성문화원에서 편찬한 『의성의 민요』에 수록된 의성 민요의 조사 지역은 총 1읍 17면이며, 가창자는 의성읍 4명, 가음면 8명, 구천면 3명, 금성면 20명, 다인면 6명, 단밀면 3명, 단북면 2명, 단촌면 7명, 봉양면 5명, 비안면 25명, 사곡면 2명, 신평면 14명, 안계면 4명, 안사면 12명, 안평면 21명, 옥산면 14명, 점곡면 10명, 춘산면 8명으로 총 168명이다.

이 중 비안면 이두리에 사는 김계수[1921년생, 여]의 경우, 「베틀노래」, 「물레」, 「어하데이」, 「동해」, 「남자리」, 「앞니빠진」, 「화전가」, 「쌩금」, 「사촌형님」, 「밭매기」, 「이선달네 맏딸애기」, 「외따기」, 「널너리청청」, 「노리개」 등 14편을 가창했다.

신평면 검곡리의 오작은순[1901년생, 여]의 경우, 「용근조차」, 「진보청청진삼까래」, 「베틀」, 「에헤루반애야」, 「에헤루망깨야」, 「미물」, 「물레질」, 「모심기」, 「에헤루 동해야」, 「월너리 청청」, 「쌩금」, 「바람이 불어」, 「불미」, 「달강 달강」, 「올고사리」, 「매화도」, 「한철」, 「속삭속삭 바느질」, 「우리목아」 등 19편을 가창하여 개인으로는 많은 민요를 알고 있었다.

[의성 민요의 의의]

의성 지역은 옛 것을 많이 보존하고 있는 곳에 속한다. 그런 의미에서 의성 지역의 삶과 소리, 특히 민요를 수집하여 정리한다는 것은 나름의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왜냐하면 오늘날은 우리 고유의 민요가 대중가요의 유입으로 인해 그 자리를 내어준 채 사장의 길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특히 노동요의 경우 현대화·기계화된 농사법으로 인해 집단으로 농사지을 필요가 없어짐으로써 노동요로서의 기능을 소실하고 있으며, 시집살이요와 같은 부요의 경우도 점점 소실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의성 민요의 수집은 사라져 가는 옛 것을 보존하고 의성 지역 고유의 문화 정체성을 밝힌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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